배우 정성일이 자신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더 글로리' 하도영의 시작점을 떠올리며 "김은숙 작가님은 은인"이라고 밝혔다.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의 배우 정성일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성일은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과 시즌2에서 청와대 비서실장 천석중 역을 맡아 권력을 향한 야망과 벼랑 끝에서도 살아남으려는 집요한 생존 본능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흥미롭게도 그는 처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출연을 망설였다고 했다. 정성일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안이 왔을 때 개인적으로는 안 하려고 했다. 비슷한 정장을 입고 무게감을 잡아야 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당시에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음을 돌린 건 작품을 함께할 사람들이었다. 정성일은 "감독님도 너무 좋았고 배우들도 너무 좋아서 그냥 놓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며 "감독님과 미팅한 뒤 '이 인물을 너무 하고 싶은데 대신 사투리를 쓰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성일에게 큰 전환점이 된 '더 글로리'의 하도영 역시 특별한 인연으로 시작됐다. 그는 "'더 글로리' 작가님이 '비밀의 숲2'를 보시다가 저를 보고 하도영을 쓰셨다고 들었다. 윤세아 배우를 모니터하기 위해 보셨는데 제가 있었던 거다"라며 "너무 좋게 봐주셔서 '하도영이라는 인물은 저런 이미지로 가야겠다'고 생각해 써주셨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하게도 저는 때가 되면 인사를 드리는 편이다. 명절 때만이라도 연락드린다"며 "은인 같은 분들이 많다. 안길호 감독님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촬영할 때 큰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많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만큼 '더 글로리'는 정성일에게 큰 기회였지만, 작품 이후에는 또 다른 고민도 생겼다. 정성일은 "초반에는 의식적으로 하도영과 비슷한 역할을 피했던 것 같다. 들어오는 인물들이 전부 하도영과 비슷한 결이다 보니까 많이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하도영이라는 인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비슷한 인물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전란'처럼 아예 다른 방향의 작품을 선택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도 달라졌다. 정성일은 "지금은 '굳이 피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대중이나 관계자들이 원하는 게 나의 그런 모습이라면 그걸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결 안에서도 그 이상의 것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는 들어오는 작품들이 거의 다 하도영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의 제안이 들어온다. 그래서 이제는 굳이 비슷한 캐릭터를 피한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글로리' 이후 "정규직이 된 것 같다"고 표현했던 정성일은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늘 불안하다. 정규직이 됐으면 만족하고 안도해도 될 법한데, '이 정규직의 정년퇴직은 언제일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연기도 그렇고, 그런 불안함이 오히려 계속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정규직이 돼서 좋겠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너무 감사하다. 지금 시장 상황이 많이 좋지 않고 작품 수도 줄었고, 쉬고 있는 배우들도 많은데 감사하게도 저는 작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정규직'이 된 뒤 가장 좋은 점을 묻자 "오디션을 안 봐도 된다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정성일은 "정규직이 됐다고 해도 불안함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매번 오디션을 봐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은 좋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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