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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선균 비극 반복 NO"..봉준호·송강호·윤종신 등 문화예술인 2000명 한 목소리 [종합]

  • 윤성열 기자
  • 2024-01-12
배우 고(故)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문화예술인들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장원석 대표는 이날 경과 보고를 통해 "고인의 장례 기간 내내 방송, 영화, 음악 등 고인과 함께 작업 및 교류했던 대중문화예술계가 총망라된 많은 분의 조문이 있었다"며 "그 자리에서 수사 및 언론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은 사회 각분야와 협력해서 추진해야 할 문제이기에, 우선 문화예술계의 뜻을 성명서 형태로 모아 내고 모아진 의견을 전달할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경과 보고에 따르면 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영화계 단체를 위주로 성명서 초안 작성 및 수정 작업이 이뤄졌으며, 이튿날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던 대중문화예술계 여러 단체들과 성명서 명명작업이 진행됐다. 장 대표는 " 1월 4일부터 7일까지 광범위한 단체들이 명명에 동의했다.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와 전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위원장, 배우 송강호를 비롯한 200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동참해줬다"며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는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 결과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의성을 가져가기 위해 발인 시점부터 2주를 넘기지 않고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영화 '기생충'으로 생전 고인과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이원태 감독, 배우 김의성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생전 고인과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은 배우 최덕문이 맡았다.

김의성은 성명서 서문을 낭독하며 "지난 12월 27일 한 명의 배우가 너무나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지난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라는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의성은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 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며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경찰 수사 보안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봉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어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3번째 소환조사에서 고인이 19시간의 밤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후인 12월 26일에 보도된 내용 역시 그러하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또한 "언론 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친 소환 절차 모두 고인이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청한다"며 "수사당국은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고 강조했다.

윤종신이 고 이선균을 둘러싼 무분별한 언론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윤종신은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해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가"라고 목소리를 냈다.

윤종신은 "특히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며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원태 감독은 정부와 국회에 입법적 개선을 촉구했다.

이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는 한국영화감독조합 장항준 감독,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 영화수입배급협회 정상진 대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상민 부대표,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이주연 대표, 여성영화인모임 김선아 대표, 한국영화감독조합 민규동 대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곤 사무총장,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총장, 한국연예제작자협회 김명수 본부장,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이남경 사무국장, 여성영화인모임 소속 곽신애 대표 등도 참석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어떤 사안에 대해 문화예술계 전반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연대회의체를 구체화할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또한 "피의사실 공표 및 유출로 인한 여러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입법적 보안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본 성명서를 국회의장께 전달할 예정"이라며 "불법적인 수사 관행과 황색 저널리즘으로 치우치고 있는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기 위해 경찰청과 KBS에도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속칭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입건 이후 유흥업소 실장 A씨를 공갈 및 협박 혐의로 고소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불면증으로 처방받은 약이라며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투약에 대한 고의성을 전면 부인한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 결과에선 '음성' 판정이 나왔다.

고 이선균은 지난달 26일 경찰의 3차 소환 조사 이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했으나 이튿날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노상에 세워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경찰은 일각에서 제기된 강압 수사 의혹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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