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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이 되돌린 79년 12월..명연기의 향연 [김나연의 사선]

  • 김나연 기자
  • 2023-11-10
'서울의 봄'이 1979년 12월 운명의 그날로, 시계를 되돌렸다. 141분의 긴 러닝타임 동안 배우들의 명연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단순히 '과거'로 치부될 만한 그날의 진실을 되새긴다. 다 보고 나면, 온몸이 저릿할 정도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 대한민국을 뒤흔든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당일에서 시작된다. 보안사령관인 전두광이 계엄법에 따라 합동수사본부장에 임명되는 것에서 시작해 군사반란 직전까지의 국가적 혼란 속 아슬아슬한 국면을 따라간다.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이 반란을 일으키고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군내 사조직을 총동원해 최전선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인다. 권력에 눈이 먼 전두광의 반란군과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 일촉즉발의 9시간이 흘러간다.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첫 영화다. 김성수 감독은 사건의 큰 틀은 사실에 맞게 구축하되, 그 안의 인물들의 성격과 구체적인 행적은 영화적으로 창작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란군과 진압군의 대립을 큰 축으로 놓고, 극적인 장치를 추가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운명이 바뀌던 숨 막히는 현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서울의 봄'의 장점이자 단점은 실화이며 대부분의 관객들이 사건의 결과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그리면서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립하는 양측이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 받는 과정이 숨 쉴 틈 없이 펼쳐지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군가가 흘러나오는 그 순간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영화를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거나, 나지막한 욕을 내뱉을 수도. 특히 실제 사건을 더 깊이 알고 있다면 더 큰 재미가 있을 터다.

실화에 상상력을 가미한 9시간 속 선명한 선과 악의 대비. 이를 통해 "(12.12 군사반란은) 반란군의 승리 역사가 아니라 신군부 세력이 저지른 만행이란 걸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라는 김성수 감독 의도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관객들은 1979년 12월의 시리던 그 순간에 빠져들어 분노하고 또 좌절한다.

이렇듯 '서울의 봄'이 영화적으로 높은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힘이 크다. 대사가 있는 배역만 60여 명인 만큼 짧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들도 많은데 저마다 캐릭터가 살아있고, 다 기억에 남는다. 작품 속에서 연기적으로 '임팩트'를 남긴 배우들을 꼽자면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특히 '전두광'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인지 모를 수 없는 '그 인물'을 연기하는 황정민은 탐욕의 민낯을 소름 돋게 그렸다. 물론 인물의 특징을 명확하게 표현한 분장의 힘과 더해져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 가장 큰 역할을 해낸다.

또한 이러한 '전두광'과 대립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의 정우성은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신념을 가진 인물을 진정성 있는 눈빛으로 표현하며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전세가 기운 상황에서도 군인의 책임감으로 바리케이드를 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감정이 소용돌이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성민, 김성균, 정만식, 박해준 등이 이들의 뒤를 든든하게 지키며 '서울의 봄'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촘촘하게 완성한다.

특히 오진호 소령 역으로 특별 출연한 정해인의 존재감이 돋보이며, 당일 밤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총소리가 들린 직후 사라졌다 새벽녘에야 등장하는 국방장관 역의 김의성은 '부산행'을 뛰어넘는 '분노 유발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봄'이 어두워진 한국 영화계에 '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오는 22일 개봉. 러닝타임 141분.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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