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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일 "2021 AAA 포커스상, 가수→연기에 확신 줬죠"[★FULL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2-02-06

박건일(34)이 가수가 아닌, 배우 개인으로서 첫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7년부터 아이돌 그룹 슈퍼노바(초신성)로 활동한 박건일은 배우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지 3년 만에 '2021 AAA'(2021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배우 부문 포커스상을 수상했다. 그의 변화된 행보에 국내와 해외의 포커스가 모아진다.

박건일은 사실 초신성으로 활동하기 훨씬 이전, 중학교 3학년 때 아역으로 연기 데뷔를 하며 배우로서의 꿈을 먼저 키웠다. 그는 2002년 SBS 드라마 '똑바로 살아라'부터 국내에선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 '혼', '근초고왕', '싸인', '해운대 연인들', '왔다! 장보리', '오늘부터 엔진 ON', '7일만 로맨스 1, 2',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 '낀대 : 끼인세대',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 '썬데이 서울' 등에 출연했다. 일본에선 드라마 '사랑하는 메종 ~레인보우 로즈~'(?するメゾン。 ~Rainbow Rose~), 영화 '너에게 러브송을'(君にラヴソングを), '우리들의 애프터 스쿨'(僕たちのアフタ?スク?ル), 뮤지컬 'RUN TO YOU ~Street Life~'에 출연했다. 박건일이 최초에 연기한 시점부턴 어느덧 20년의 경력을 쌓은 것.

지난해 박건일은 KBS 2TV 저녁 일일극 '빨강 구두'와 카카오TV 오리지널 '미스터LEE'에 출연하며 활동했다. '빨강 구두'는 '뻐꾸기 둥지', '위대한 조강지처' 등을 집필한 황순영 작가의 신작으로, 아들인 박건일이 주연 김진아(소이현 분)의 동생 김진호 역을 맡아 특별출연, 사건의 키를 쥔 인물로 활약했다. 그는 '미스터LEE'에서 주연 미스터LEE로 분해 예리한 형사 캐릭터로 유쾌한 변신을 하기도 했다. 올해 박건일은 영화 '심야카페'(감독 정윤수)에서 주인공 남궁윤(채서진 분)의 멘토이자 비밀을 간직한 동료 김경장 역으로 스크린 행보를 보여줄 예정이다.


-'2021 AAA' 포커스상을 수상했다.

▶배우로서 처음 받는 상이어서 시상식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기뻤는데 많은 관계자 분들과 동료 분들 앞에서 상을 받는다는 게 처음엔 긴장도 되고 약간의 부끄러움도 있었다. 이번 상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상이었던 것 같다. 상을 받는 순간 내가 상을 받았으니 이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은 많이 했지만 그 말의 진짜 숨은 뜻을 고민했다. 자기관리, 주변 사람들과 좋은 연기를 하는 것을 내포하는 말이겠지만 진심으로 연기란 분야를 대하게 됐다.

-배우로서는 첫 트로피를 안아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연예인이란 카테고리 안에 가수와 배우가 존재해서 거리가 가까울 수 있지만 두 개를 다 해보니 흰색과 검은색처럼 전혀 다른 예술 분야였다. 시상식에 가서 상을 받는 느낌이 달랐다. 아예 다른 시작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수상 후 주변에서 받은 축하의 반응은 무엇이 있었는지.

▶대다수의 주변 지인들이 축하한다고 얘기를 먼저 해줬다. 일본에서도 방송을 많이 보시고 일본 지인들과 스태프들도 축하한다고 얘기해줬다. 부모님은 '이번엔 너의 잠재력으로 상을 받은 것 같으니 다음 번엔 연기력으로도 상을 받자'고 하셨다.

-배우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에도 2002년 SBS 드라마 '똑바로 살아라'로 연기 데뷔를 한 후, 한국과 일본의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연기 햇수로만 보면 20년이 됐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수상을 해 감회가 남다르겠다.

▶그래서 이 상을 나에게 잘하라고 주셨구나 생각이 들었다. 과거엔 가수 활동과 병행하면서 연기를 해서 지금처럼 연기에 절실하진 않았던 것 같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런 부족함이 냉정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워낙 좋은 배우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연기를 절실하게 해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를 맨 처음 하게 된 계기는?

▶16살, 중3 때 단역으로 먼저 연예게 활동을 시작했다. 연습생 때도 배우를 염두에 두고 동국대 연극영상학에 들어갔다. 군대에 갔다 오고서 연기를 하려고 했는데 군대 가기 전에 가수 제안을 받았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서 가수를 먼저 하게 됐다. 나로선 큰 롤을 맡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가수로선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어쩌면 배우로서는 멀리 돌아서 온 길이 됐다. 한편으론 그때 연기를 계속 했으면 내가 지금만큼 연기를 들여다보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을 한다.

-작년엔 어머니인 황순영 작가님이 집필한 '빨강구두'에 진호 역으로 특별출연 하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빨강 구두'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작가 생활을 30년 동안 하셨는데 그동안 '건일이가 내 작품에 한 번 나와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었다. 그걸 못 지킨 죄송함이 있었고, 어머니 작품에 나올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먼저 오디션을 물어봤다. 어머니에겐 나도 연기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있고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중 내 역할은 소이현 선배 복수의 도화선이 되는 임팩트 있는 역이었다. 내 연기를 보고 어머니가 잘했다며 칭찬해주셨다. 두 신이었는데 촬영하며 내가 망치면 드라마가 두 배로 안 좋아질 수 있겠단 생각을 하면서 정말 집중하며 연기했다. 나도 스스로 만족하는 신이 나왔다.

-아버지는 '해돋는 언덕', '새벽', '코미디 하이웨이', '92 고래사냥',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초원의 빛', '어여쁜 당신' 등을 연출한 KBS 박수동PD이고, 어머니는 '요정 컴미', '뻐꾸기 둥지', '위대한 조강지처', '빨강 구두' 등을 집필한 황순영 작가이다. 배우로서의 꿈을 키우는 데에 부모님이 영향이 컸겠다.

▶절대적이었다고 본다. 운동선수 집안에서 운동선수가 나오듯이 나도 부모님의 성향과 영향이 내 직업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마음속으로 응원해 주셨다. 동종업계라고 해서 도움을 직접 받지도 않았다. 부모님은 자식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응원해 주시고, 내가 배우 활동하는 것을 많이 좋아하신다. 내가 10년 동안 일본에서 가수 활동을 하면서 부모님은 내가 항상 해외에서 고생한다고 우려와 걱정을 하셨다. 하지만 부모님이 일본에서 내 공연을 보시고선 안심을 하신 것 같다. 좋은 스태프들과 잘 꾸려나간다고 보신 것 같다. 나는 굳은 심지가 있어서 부모님께 '배우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

▶나는 무조건 회사 분들과 대화를 하고 작품을 정한다. 나는 아직까지 작품과 캐릭터를 고른다기 보다 작품이 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지 아닌지,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를 보는 단계다. 내가 키가 크고 얼굴이 부드럽게 생겼으니 외모에서 오는 비슷한 캐릭터가 많다. 비서, 부잣집 아들, 친절한 키다리아저씨 등이다. 내 분위기와 다른 반전 매력, 상반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그런 역할이 있으면 떨어진다고 생각이 들어도 일단 오디션을 봤다.


-배우로서 활동의 원천은?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은?

▶나처럼 아역, 학창시절부터 배우를 한 분들도 있고 직업을 배우로 바꾼 분들도 있다. 배우란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때 단순히 일, 직업이란 느낌보다 운명적인 느낌이 든다. '내 인생=배우의 길'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책임감도 들고 한편으론 무섭고 두렵기도 하면서 기대감이 든다. 어릴 땐 내 장기를 보여주는 걸 좋아해서 연극영화과를 갔는데, 어느 순간 보니 먼 길을 왔더라. 주원이가 군대에 같이 있을 때 '나는 연기를 하면 그렇게 힐링이 된다'고 하더라. 나는 연기가 내 성격의 연장선이다. 원래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대본에서 주는 메시지로 표현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삶을 경험하는 느낌도 든다.

-이제 배우 위주로 활동하지만, 슈퍼노바로 가수 활동도 겸하고 있다.

▶2019년이 일본 데뷔 10주년 기념이었다. 그때 콘서트 투어도 하고 앨범도 냈는데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가 터지고 2년 동안 일본을 못 갔다. 현재로서는 휴식기이다. 이전부터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고 말을 몇 번 했는데, 일본팬 분들은 내가 한국에서 배우 활동을 하는 것을 응원해 주시더라. 누군가를 응원하면 그 사람의 인생을 응원해 주는 것 같다. 내가 작품을 하면 해외에서 커피차도 보내주시고 내가 배우로서 빛날 수 있게 타지에서 많이 응원해 주신다. 그 마음이 감사하다.

-2018년 배우 전문 소속사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3년간 배우로서 집중 활동하며 느낀 바가 있다면?

▶첫 번째로는 연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조금씩 발전하는 게 느껴져서 기대도 되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 있다가 연기 파트로 와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두 번째는 굉장히 따뜻한 사람들, 좋은 회사 식구들을 잘 만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나도 사무적으로 일하기 보다는 삶을 섞어가며 운명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 마음이 교류가 돼야 시너지가 난다는 걸 경험했다. 약간 오기도 생겼다. 내가 얼만큼 잘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생각도 든다. 동국대 동기인 박하선, 오연서, 이장우 형, 이규형 형, 주원이가 사석에서 '네가 시작이 느렸지, 너는 더 잘 할 수 있을거야'라고 응원을 많이 해준다. 그런 동료들이 있으니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박건일이 자신 있는 캐릭터는?

▶멜로를 해보고 싶다.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다. 깊은 내용의 멜로를 하고 싶다. 그 역할을 정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부터 영화 '국화꽃 향기'를 좋아했고 인생작이었다. 그래서 '국화꽃 향기'로 입시 시험도 봤다.


-바쁜 활동 가운데, 마음을 다잡는 자신만의 여가 활동이 있다면?

▶내가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작년에 복싱을 했다. 요즘엔 웨이트 트레이닝과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그 두 개만 해도 하루하루가 금방 가더라. 여행도 좋아해서 국내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어울리기도 한다.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

▶전반적인 문화를 아우르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다양한 장르의 독립영화, 상업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싶다. 배두나 선배님의 남자 버전이 되고 싶다. 선배님이 할리우드 영화도 하시다가 국내 작품도 하시는데 나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지금은 먼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박건일에게 2021년은 어떤 의미로 정리할 수 있을까.

▶지금의 회사에서 매해가 갈수록 점점 일이 많아지고 있다. 3년차인데 제일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굉장히 기뻤고 큰 변화라 생각했다. 2021년은 나에게 보람찬 한 해였다. 쉬지 않고 일을 했다. 배우란 직업이 빛이 나지만 선택 받아야 하고 기다림의 연속이다. 동료 배우들과 풋살팀을 만들었는데 김성철, 이규형 형 등 많은 분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운동을 한다. 그러면서 배우들의 고충과 근황을 많이 전해 듣는다. 서로 위로가 된다. 배우만이 공감하는 굉장히 진한 고충도 공유하는데, 우리가 가장 불행하면서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얘기도 많이 한다. 우리끼리 마음을 다잡는 게 도움이 된다. 대학로 공연도 다 같이 가서 보고 서로 작품 홍보도 해준다. 풋살팀 멤버들이 내 작품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준다. 5년, 10년 뒤에 풋살팀 배우 중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열심히 의기투합 하고 있다. 우리 풋살팀 구단주는 이규형 형이다. 형이 학교 선배이기도 한데, 바로 윗집 이웃사촌이다. 형이 나에게 진짜 잘해주는데 연기 피드백도 많이 해준다. 형이 출연하는 '젠틀맨스가이드'를 또 보러 갈 예정이다. 영화 '서울대작전'에도 규형이 형이 나와서 영화도 볼 예정이다.(웃음)

-박건일과 슈퍼노바의 활동을 응원하는 국내외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올 한 해 굉장히 기분 좋게 출발해서 좋다. 예전엔 나라는 사람을 주목해 줬으면 좋겠단 생각도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맡는 캐릭터에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기하는 인물은 크고 작은 역할에 관계 없이 빛이 난다는 말을 듣고 싶고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많은 콘텐츠와 드라마, 영화가 나오고 있는 시대인데 그 안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연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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