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아르바이트 서른 가지를 해봤어요. 가장 큰 위기는 결혼하고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어요. 이전까진 카드가 끊기고 마이너스가 돼도 저 혼자만 고통을 감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생기니 '이걸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서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이 들었죠. 그때 영화 '군함도'란 작품이 제게 찾아왔고, 그 작품이 저에게 큰 의미여서 제가 그때 34kg을 뺄 정도였어요. 그 시절을 얘기하니 눈물이 나는데, 뱃속의 딸에게 '아빠가 미안하다. 이런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잘하고 싶어. 네가 조금 배고프더라도 기다려 달라'라고 했는데, 이후에 '옥자', '도깨비'를 하게 됐어요. 사람에게 길이 열리는구나 싶었죠."
"팬사인회 때 받은 편지를 보는데 '당신의 연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예능에서의 이미지도 좋아하고 있는 거다. 당신은 잘하고 있다'라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배우 윤경호(46)가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인터뷰를 가졌다. 윤경호는 최근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극본 남대중, 연출 이승영, 이소은)의 성공, 유튜브 콘텐츠 '핑계고'를 통한 '수다쟁이' 예능캐 탄생으로 데뷔 27년 만에 가장 큰 전성기를 맞았다. 넉살 좋은 호감 이미지로 '지금은 윤경호의 시대다'란 호평이 쏟아질 정돈데, 정작 자신은 그 인기에 도취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과거의 아픔을 돌아보며 지금의 인기를 '마음을 다잡는 시기'로 삼고 있었다.
'김부장'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돼 싸우는 아빠 유니버스 복수 액션 드라마. '김부장'은 1회 시청률 9.5%로 출발해 4회 만에 21.6%를 기록하며 2년 만에 20%를 넘어선 드라마라는 새 역사를 썼다. 지난 25일 방송된 최종회 10회에서는 최고 시청률 23.1%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입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김부장'은 '스토브리그', '모범택시2', '열혈사제' 등 역대 SBS 금토극의 기록을 차례로 넘어서며 역대 SBS 금토드라마 시청률 2위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흥행 성과도 눈부셨다. '김부장'은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3주 연속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여기에 TV-OTT 드라마 화제성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출연자 화제성에서도 최상위권을 휩쓰는 등 시청률과 글로벌 인기, 화제성을 모두 석권했다.
극 중 윤경호는 과거 국가도 통제하지 못했던 '전장의 신' 출신이자, 현재는 딸바보 아빠로 살아가는 박진철 역을 맡았다. 박진철은 김부장(소지섭 분), 성한수(최대훈 분)와 '아빠 유니버스'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거침없는 파워 액션과 유쾌한 인간미를 지닌 '락앤롤 박진철'로 활약했다. 윤경호는 허세 가득한 해병대 출신 박진철로 분해 등장만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생활 밀착형 연기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부장'이 좋은 성적을 남기고 끝났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 행복과 감사함을 느꼈다. 절대 저 혼자 할 수 없는 결과고,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같이 이뤄낸 결실이다. 한편으론 어제 방송이 끝난 후 참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더라. 가족들과 충전의 시간도 가지면서 저를 되돌아봤다. 들뜬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도취돼서 다음 스텝에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요즘 윤경호 배우의 활약이 좋아 '윤경호의 시대다'라는 반응도 있다.
▶요즘 댓글을 찾아보면서 고마운 응원도 많고 피식피식 웃게 된다. 이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행운이 함께한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네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라고 하지만, 제가 지금과 다른 상황이 올 때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행운이 저에게 머무는 시기라 생각한다.
-박진철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는지.
▶박진철이란 캐릭터가 액션을 잘해야 하기도 해서 액션으로 통쾌함을 드리고 싶었다. 이전과 다른 타격감 있는 액션을 시원시원하게 뽑아내고 싶었다. '내 안의 그놈'이란 작품에서 뵀던 무술감독님이 이번에 함께 했는데, 저를 좋게 봐주셨다. 감독님을 믿고 제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려고 했다. 사실 '김부장'에 캐스팅이 된 후에 제가 물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배역을 오랫동안 기다려 온 저로서는 저를 찾아주신다는 것 자체로 감사했다. 제가 연극할 때부터 4년 정도 복싱을 했는데 이번에 복싱을 다시 훈련했다. 특히 남실장과 콘테이너에서 싸우는 신에서는 액션 난이도를 높이려 했다. 현장에서도 최대한 배역 없이 하려고 했다. 저랑 맞는 체형의 배역을 찾기도 힘들었다.(웃음) 저는 성격상 만약 음식을 누군가에게 내어드린다고 하면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해도 데코레이션까지 신경쓰는 사람이다. 저를 찾아주신 것에 대해 답을 찾으려고 한다. 조인성 형이 '지금 상황에서 최악이 있다고 생각이 들면 차악을 선택해라'라고 하더라. 제가 물리적으로 몸을 보여줄 수 없으니 액션을 잘 보여주려고 했다.

-최고 시청률 23.1%이 나왔는데, 어느 정도까지의 시청률을 예상했는지.
▶제가 13% 넘었을 때 공약을 했는데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다른 분들이 다들 좋아할 때 저는 공약 이행에 놀랐다. 묵언 수행을 하면서 느낀 게 많았는데, 25%가 넘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시청률 25% 돌파시 윤경호의 25시간 묵언 수행 도전' 제안이 있었다) 한편으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기대도 했지만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행보에 입이 안 다물어졌다.
-'김부장'은 2회 만에 시청률 15.7%를 돌파, 윤경호 배우가 13% 돌파시 '13시간 묵언수행' 공약을 실천하며 더 큰 화제를 모았다.
▶회사 식구들과 제가 '다른 공약은 없었나?' 싶으면서 걱정이 되더라. '김부장' 첫방 때 시청률을 보고 주위에서 공약 준비하라고 했는데 정말 13%가 넘더라. 진짜 고생을 할 것인지, 보여드리는 차원에서 귀엽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 팬사인회 때 팬분들이 대신 말을 해주시려는데 안절부절하시더라. 제가 그때 받은 편지를 보는데 '당신은 잘하고 있다'라는데 눈물이 나더라. 저도 인생의 성장캐로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지금 이러고(말을 많이 하고) 있다.(웃음)
-주상욱 배우가 최근 인터뷰에서 '윤경호 배우보다 내가 말이 더 많다'고 했는데.
▶주상욱 형이 저보다 자기가 말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는데 그걸 인정해 주셔서 감사했다.(웃음) 주상욱 형은 상대가 끌려가게 하는 힘이 있는 화법이 있다. 저는 안 물어본 말까지 주저리 하는 편인데 형의 화법을 배우고 싶었다. 형의 화술은 정말 고수다. 듣는 순간 필터링이 되면서 귀가 솔깃해진다. 제작발표회 때 공약이 실천돼야 하는 순간이 오니 말조심을 해야겠다 싶었다.
-'김부장'에 대한 아내의 반응은?
▶아내도 수다쟁이이긴 하지만 저처럼 말이 길진 않고 '잘했다'라고 엄하게 말하는 편이다. '액션 고생했겠더라'라고도 해주고 (김)지영 선배와의 신을 보고는 '케미 좋더라'라고 했다.

-소지섭, 최대훈 배우와의 현장 호흡은 어땠나.
▶지섭이 형과는 예전에 두 작품을 함께 했고, 최대훈 배우는 저와 동갑내기이고 예전에 '자백'이란 작품을 함께 하면서 친구였다. 지섭이 형이 말수가 없는 분이어서 전 작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두 분과 많은 케미를 나누면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면 지섭이 형이 재미있고 연기할 때 소스를 많이 줬다. 셋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배우로서도 괴로워지만 형에게 대한 낯선 마음이 이입이 돼서 연기 이상의 감정이 섞여서 나온 것 같다. 두분이 아니었으면 이런 케미가 나올 수 있었을까 싶고 모든 게 다 기적 같았다.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동하 배우도 몸을 잘 쓰는 친구여서 믿고 함께 연기했다. 대사가 아니고 주먹이 오가는 상황이어서 동하 배우가 조금만 휘두른 뒤에도 저에게 '선배님 괜찮으세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괜찮으니 휘둘러'라고 했다. 하루종일 액션신을 찍었는데 도파민을 느끼면서 하려고 했다. 다음날 둘 다 뻗었다.
-요즘 유튜브 채널 '뜬뜬'의 '핑계고' 출연 등 대세의 행보를 걷고 있는데 인기를 체감하는 순간이 있다면?
▶'어제의 영광은 어제까지다'라면서 매일 리셋하려고 한다. 인기는 주식 같은 거라 생각한다. 어제 좋았다고 생각하는 건 저를 나태하게 만드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제 이름을 쓰는 것이 저를 다스리기 위함이다. 이름 뜻을 개명한 적이 있는데, 작명가 분이 '당신은 어떤 일을 받아도 그에 맞는 그릇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람'이라고 한 말을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 최근에 시구를 갔을 때 뜨거운 환호성을 받은 것은 기억에 남는데, 제가 '락앤롤' 했더니 같이 외쳐주셔서 감사했다.

-'핑계고' 코너에서 '말 많은 캐릭터'로 활약을 했다. 지난해 '핑계고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는데, 올해 연말 '핑계고 시상식'의 대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있다.
▶옛날엔 말이 많은 게 흠이었다. 엄마, 아내에게 '항상 말 조심해라'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의 콤플렉스가 특징이 된 것이 놀라웠다. 누군가에겐 이런 수다가 '밥친구'가 된다는 걸 보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소통, 위로, 친구, 공감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제가 무지하다는 것도 아는데, 그래서 말을 아낀 순간도 있었지만 이것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좋겠구나 싶었다. 대상은 제가 언급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작년에 제가 '핑계고' 시상식을 갔을 때 지석진 형이 대상을 받는 걸 보고 되게 오래 걸려 받은 상이란 걸 알고서 쉽게 받을 수 있는 상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연기를 오래했지만 예능에서 단시간에 관심을 받는 걸 보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나는 어떻게 보면 예능에 더 소질이 있는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면서 헷갈렸다. 어떤 팬분이 '당신이 연기를 잘했기 때문에 당신을 좋아했던 거다'라고 편지를 써주셨는데 그게 너무 감사했다.
-'김부장' 시즌2 가능성은?
▶모든 게 다 열려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포상휴가도 갔으면 좋겠고, 시즌2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만 하는 상황이다. 소지섭 선배처럼 저도 시즌2가 만들어져서 어떤 얘기가 전해질지 궁금하다. 시즌2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몸을 만들려고 하고 운동을 하고 있다.
-오늘 명품 신발을 신고 왔던데, 인기의 방증인가.
▶이 신발은 제가 선물 받은 것이다. 옷은 탑텐에서 산 거다. 옷이 너무 수수한가 싶어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좋은 신발을 신었다. 제가 사주에 '재물이 샌다'고 해서 어떻게든 재테크를 하려고 하는데 요즘 삼성,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 먹는 것도 줄이려고 한다. 저는 먼저 빚을 져서 그걸 갚으면서 재물을 모으는 타입이라고 하더라. 로마에 계신 친한 신부님은 제게 '자꾸 사주얘기를 하시는데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하시더라.(웃음) 이전에 '23년짜리 대운이 찾아온 것 같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 평균 안에서 살려고 하고 저의 들뜬 마음을 아내가 눌러주려 한다. 아내가 '휴대폰 너무 살펴보지 말고 좋은 배우,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을 생각하라'고 한다.

-과거 힘든 시기도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예전에 아르바이트 서른 가지를 해봤더라. 연극을 하면서 고정 알바를 하기 힘들어서 단기 알바, 일당 알바를 많이 했다. 주로 많이 한 게 막노동이었고, 가게 오픈할 때 풍선 주는 삐에로 알바도 해봤다. 가장 큰 위기는 결혼하고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이전까진 카드가 끊기고 마이너스가 돼도 저 혼자만 고통을 감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생기니 '이걸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서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자격증도 없는데 뭘 하지? 기술을 배워야 하나?' 등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영화 '군함도'란 작품이 제게 찾아왔고, 그 작품이 저에게 큰 의미여서 제가 그때 34kg을 뺄 정도였다. 그 시절을 얘기하니 눈물이 나는데, 뱃속의 딸에게 '아빠가 미안하다. 이런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잘하고 싶어. 네가 조금 배고프더라도 기다려 달라'라고 했는데, 이후에 '옥자', '도깨비'를 하게 됐다. 사람에게 길이 열리는구나 싶었다. 이전엔 '최고의 배우'만 되고 싶었는데, 아이가 태어난 후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니 또 다른 세계가 열린 것 같다.
-실제로 딸을 가진 입장에서 '김부장'에서 '딸바보' 역을 맡았다.
▶제가 딸을 갖고난 후 세상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게, 이전에 보였던 여성분들이 후배, 동료가 아닌 '누군가의 딸'로 보이더라. 주민등록번호가 '2'로 시작된다는 것 등 여자란 존재가 겪는 일에 대해 알게 된 거다. 그래서 '김부장' 때 더 잘 감정이입을 하게 된 것 같다. 제 딸이 4학년이 되더니 자꾸 자기 이름을 검색하면서 '아빠 내 이름도 많이 얘기해 달라'고 하더라.(웃음)
-현재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인지.
▶지금은 '일이 안 끊겼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돈을 잘 모으고 싶다'고 생각한다. 국수 가닥처럼 일을 꾸준히 하며 살고 싶다. 기복 없이 오래 연기하는 선배님이 제일 부럽다. 지금의 인기는 지나가는 로또 같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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