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해자라고 지칭하는 건 부적절하다. 소송 중이며 이에 대해 답변드리지 않겠다."
도대체 어떤 합의를 이뤄냈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최소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과 관련해서는 합의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MBC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1층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안형준 사장과 고 오요안나 유족이 함께하는 기자회견 및 합의 서명식을 열었다. MBC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명예 사원증을 수여하고, 재발방지책을 약속할 예정이다.
고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향년 2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고인의 비보는 그해 12월 10일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지난 1월 고인이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MBC는 논란이 커지자 1월 31일 고 오요안나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알렸고 2월 3일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5월 19일 MBC를 대상으로 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오요안나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MBC 관계자들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MBC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조직문화 개선, 노동관계법 준수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MBC는 고인의 1주기였던 지난 9월 15일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상기후 전문가는 기존 기상캐스터의 역할은 물론 취재, 출연,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여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전했다. 또한 MBC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기상기후 전문가를 선발할 예정"이라며, 지원 자격에 대해서는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나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업계 5년 이상의 경력자다. 또한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MBC는 "고 오요안나 님의 1주기를 맞았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아울러 민사소송 당사자 간의 동의가 이뤄질 경우, MBC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기상캐스터 A씨를 상대로 소송액 5억1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 서부지청이 MBC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직 내 괴롭힘이 있었다"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는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고인의 모친은 지난달 고인의 사망 1주기를 맞아 MBC 사옥 앞에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이후 MBC와 고 오요안나 유족의 잠정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단식 27일 만인 지난 5일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이날 MBC 안형준 사장은 "먼저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故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빕니다.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의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기도 합니다"라며 "MBC는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故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 MBC 안형준 사장과 고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 씨는 합의문 서명과 함께 명예 사원증을 수여했다. 장씨는 안형준 사장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장씨는 울먹이며 "많은 응원과 염려 등으로 MBC와의 교섭이 합의에 이르렀다. 감사하다"라며 "딸 분향소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갔던 게 꿈만 같고 MBC에 다시 온게 실감이 안난다. 이 투쟁의 시작 당시 마음과 지금의 마음을 전해드릴 것을 전한다. 요안나는 MBC에 다니고 싶었고 세상을 떠나는 날 삶의 이유가 사라졌었다. 뒤늦게 딸이 남긴 흔적을 보며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께서 추모의 마음을 모아주셨고 싸우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곡기를 끊고 회사에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라며 "이 싸움을 하며 프리 계약을 썼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힘들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이 구조적 문제였다. 정규직 전환 요구는 딸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제2의 요안나가 나타나지 않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진 기자회견을 통해 MBC 관계자는 "합의 이전에도 제도 개선에 대해 고민했고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근로자에게만 해당돼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했고 프리랜서를 포함한 이들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프리랜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로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과 관련한 질문에는 "가해자라는 지칭은 부적절하고 소송 중이니 답변드리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고인의 친오빠 오씨는 스타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고인의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지난 9월 15일 검은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한 것에 대해서도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고인을 추모하는가. 검은 옷을 입은 꼴을 도저히 못보겠다"라고 분노한 바 있다. 오씨는 "가해자가 4명인데 2명은 오지도 않았고, 2명은 왔었다. 이후 그중 1명이 현재 만삭 상태라 이번 1주기 때 방송에 안 나오는 걸로 안다. (나머지 1명은 퇴사 이후 현재 소송 중이다.)"라며 "다른 동료 1명은 와서 엄청 울면서 많이 슬퍼해줬는데 현재도 근무 중이고 방송국 내에서도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고 한다"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힘쓰겠다고는 하나 고인의 죽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이들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없었고, 오히려 "소송 중"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엄밀히 따지면 현재 유족과 소송 중인 당사자는 MBC에서 퇴사 처리됐다.) 기자회견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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