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류덕환이 '천국보다 아름다운' 종영 소감을 직접 밝혔다.
류덕환은 26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한 카페에서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 김수진) 종영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 분)이 30대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 분)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 '눈이 부시게' 김석윤 감독과 이남규, 김수진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으며, 김혜자는 '눈이 부시게' 제작진과 6년 만에 재회했다.
손석구는 이해숙의 사랑꾼 남편이자 천국의 우편 배달부 '고낙준' 역을 맡아 김혜자와 부부 역할로 만나게 됐다. 한지민은 기억을 잃고 천국에 나타난 정체불명 여인 '솜이' 역을, 이정은은 이해숙을 부모이자 스승처럼 따르는 일수 파트너 겸 후계자 '이영애' 역을 맡았다. 천호진은 천국지원센터의 수장인 '센터장' 역을, 류덕환은 천국교회의 '목사' 역을 연기했다.
극 중 목사는 다섯 살에 세상을 떠난 뒤 천국에서 자라 어른의 모습을 갖게 된 영혼으로, 해숙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특별한 관계를 형성했다. 목사는 극이 전개될수록 자신의 결핍을 드러냈고 해숙의 곁에서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선 존재로 성장, 해숙과 낙준의 잃어버린 아들 고은호였음이 밝혀져 먹먹함을 자아냈다.


-한때 연기를 쉬고 카페를 차린 적이 있다.
▶결혼생활에 집중하고 싶었다. 아내가 부족한 나를 선택해 줬고 결혼을 해줬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봤다. 시간을 쏟고 술을 끊자고 생각했다. 저는 술을 잘 먹는 편이고 아내가 술을 못 먹어서 술보다 다른 즐거움을 찾으려고 했다. 모든 시간을 아내, 가족과 여행을 했고 출퇴근을 같이 할 수 있는 카페를 1, 2년 정도 했다. 저녁에 퇴근하면 같이 국밥 먹고 바뀐 느낌이 들었다.
-소상공인 상인의 삶은 어떻던가.
▶제가 류반장처럼 잘 뛰어다녔는데, 한남동 주민분과 잘 어울렸다. 그런데 제가 카페를 열고 6개월 만에 코로나가 터졌다. 그래서 제가 주민센터에 가서 '정부 지침 어떻게 되는 거냐', '빨대 종이로 써야 하냐' 등을 먼저 물어보고 소식통이 됐다. 그런데 이게 힘든 게, 사람이 쪼잔해지는 것 같더라. 빨대값 30원을 아끼려고 전전긍긍한다는 게 힘들더라. 모든 사장님들이 이런 힘듦이 있겠구나 싶었다. 여름에 불티나면 겨울에는 손님이 줄 때가 있다. 그러면 다른 메뉴도 해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많은 아르바이트생도 만나면서 몇몇 알바생과는 친하게 지내는 것도 힘들더라. 소위 '꿀 빨려는 알바생'이 있어도 제가 자를 수가 없어서 나갈 때까지 기다리게 되더라. 카페로 새로운 걸 하니까 '내가 부족한 게 진짜 많았구나' 싶었다. 카페엔 매니저도 없고, 저의 한탄을 물어봐 주지도 않더라.

-지난해 2월 전시 기획자로서 류승룡, 천우희, 지창욱, 박정민 4명의 배우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작가, 화가, 음악가는 다 자기 얘기를 하는데 나는 배우로서 타인의 삶만 살았던 것 같다. 배우는 자기 작품을 가질 수 없는 걸까 싶었다. '내 작품인데 결제하고 봐야하는데 이게 과연 내 작품이 맞나?' 싶었다. 내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게 또 없을까 싶어서 전시를 하게 됐다. 정해진 답변을 해야 하는 본인을 보면서, 제 전시회에서는 배우들이 잠깐이라도 편하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자님들 진짜 힘들겠더라. 저도 질문 만드는 것만 두 달이 걸렸다.
-결혼생활이 자신에게 주는 안정감이 큰가.
▶그렇다. 예전엔 새벽 1시에 전화 와서 '술 먹자' 하는 선배님이 많았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많은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40세가 가까워지면서 내 머릿속에서 내 답, 내 삶을 찾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제가 생각한 저의 루틴을 정하고 살아가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아도 되더라. 매일 술에 찌든 삶이 아니라 '내일 뭐 할까'란 생활이 됐다. 아내와 여행 스케줄 짜는 것도 좋더라. 제가 거의 짜지만.(웃음)
-영화 '장준환을 기다리며', '비공식 개강총회', '내 아내가 살이 쪘다', '불침:번' 등 연출작도 많은데, 차기작에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손석구 배우가 탐났다. 나도 저렇게 놀면서 편하게, 그러면서 자신이 가진 걸 십분 발휘하는 배우와 하고 싶었다. 저는 너무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다 보니 욕 먹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연출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위해 끝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제작발표회 때 '우리 드라마를 보면 T도 F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류덕환의 원래 MBTI는 어떻게 되는지?
▶저는 INFJ다. 대문자 F다. 저희 와이프가 대문자 T여서 저랑 완전 반대다. 와이프는 지금 느끼는 순간을 좋아한다. 제가 프러포즈할 때 박수쳤던 게 제일 기뻐했던 표현이었다.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아내가 많이 울었던 걸 보니 이게 먹혔구나 싶었다. 김혜자란 인물 하나로 국민을 움직일 수 있었구나 싶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류덕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제가 연기를 33년 했더라. 이번에 '나도 현장에 부담을 안 가지고 갈 수 있는 배우였구나'란 걸 많이 느꼈다. 연기는 항상 어렵고 두렵다. 연기가 답은 없는데 내가 가진 걸 답이라고 믿고 가야 한다. 예전엔 그게 혹시라도 틀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 이번엔 그게 나를 옥죌 수 있겠구나 싶어서 편하게 가려고 했다.
-앞으로 류덕환 배우를 작품에서 계속 볼 수 있는 건지.
▶불러주시면 계속 해야겠다. 제가 연기적으로 고민도 많았고, 연기자가 나에게 행복을 주는 직업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쉬면서 또 '돌아가고 싶다', '연기하고 싶다'라는 게 느껴지더라.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걸 할 때 가장 만족감을 느끼고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제가 커피를 잘 내리지도 않고, 연출자로서 봉준호 감독님, 김석윤 감독님처럼 할 순 없겠더라. 저는 결국 배우로서 하고 싶은 게 아직 많다. 얼마 전에 신구 선생님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서 '아 내가 뭐라고.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배우란 직업의 모습을 내 마음대로 지울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류덕환을 봤을 때 배우로서 연기하는 걸 제일 응원해 주고 저도 감사하고 즐겁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