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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불행, 꼭 극단의 순간 아냐"..'아이유 작은父' 정해균, '폭싹' 울린 외침 [★FULL인터뷰]

  • 김나라 기자
  • 2025-05-06
가히 웰메이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신스틸러다. 배우 정해균(56)이 강직한 성품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여운을 더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 3월 첫 공개 후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안방극장에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16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오애순(아이유·문소리 분)과 '팔불출 무쇠' 양관식(박보검·박해준 분)의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냈는데, '가장 한국적 것이 세계적'이라는 걸 또 한 번 여실히 증명한 작품이었다. 글로벌 순위 1위를 찍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 사이 '관식이 병'을 비롯해 '오열 시청 인증' 열풍을 몰고 왔다.

특히 웰메이드 드라마 탄생, 그 중심엔 명품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 향연이 있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이들 중에서도 '폭싹 속았수다' 1막을 쫄깃하게 책임진 신스틸러로 정해균을 빼놓는다면 섭섭할 정도다. 그는 애순의 '부산행' 가출을 결심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 작은 아버지 오한무 캐릭터로 분해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25년 차 연륜으로 분량 그 이상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극 초반 몰입을 이끌었다. 극 중에서 아이유에게 눈칫밥을 먹인 것도 모자라 공장 취직 제안으로 크나큰 시련을 주지만, 결국 작은 아버지 오한무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또 자식에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임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결국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인 매력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정해균이다.

실제로 정해균은 '폭싹 속았수다'를 빛낸 '애순 친할머니' 나문희·'애순 엄마' 염혜란과 함께, 베일에 싸인 '스타 작가' 임상춘의 '픽'(pick)으로 캐스팅된 출연진 중 한 명이었으니, 말 다했다. 굵직한 연출자 김원석 PD와도 드라마 '시그널'(2016), '나의 아저씨'(2018)에 이어 벌써 세 작품째 의기투합하며 신뢰를 한 몸에 얻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의 '감초'로서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스타뉴스 사옥을 찾은 정해균. 그는 출연 과정을 묻는 말에 "재작년 초쯤 김원석 감독님의 전화를 받고 출연했다. 그냥 '20대, 30대에서 70대까지 연기를 해야 한다'라는 설명만 듣고 '무조건 해야죠'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김원석 감독님의 드라마라면, '당연히' 뭘 해도 작품이 좋으니까 대본도 안 보고 하겠다고 한 거다. 임상춘 작가님의 '픽'이었다는 건 당시엔 몰랐고, 저도 최근에 감독님의 코멘터리 영상을 접하며 알았다"라고 떠올렸다.

먼저 출연을 약속한 뒤 건네받은 시나리오는 어땠을까. 정해균은 "저의 첫 등장이 애순이 앞에서 생선 조구(조기)를 패대기치는 장면이었다. 그다음에 '개전복'이라는 시가 나왔다. 그걸 읽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와서, 페이지를 못 넘기겠더라. 시 내용이 엄마에 대한 내용이라 그랬다. 그때가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째 되던 때라 더 와닿았다"라며 남다른 마음을 표했다.

이어 그는 "당시 대본을 세 권인가 받았던 거 같은데, 너무 좋아서 정신을 못 차렸다. '이거 뭐지?' 싶을 정도였으니까. 이다음 내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저처럼 시청자분들한테도 뭔가 새겨지겠구나 싶었다. 너무 슬픈데, 너무 좋았다"라고 높이 샀다.

또한 정해균은 "'폭싹 속았수다'에서 어마어마한 사건이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폭력이나 음습한 게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사람 살아가는 일상의 연속을 다루기에 '지루하지 않나' 싶을 법했는데, 작가님이 이를 굉장히 역전시켰다. 소소한 사건을 나열하면서도 속도감을 잃지 않는 대본이라 좋았다. 무엇보다 작가님의 글에선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좋은 시선이 온전히 느껴졌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좋은 작품에 제가 작업자의 일원으로서 참여를 했다는 게 너무 멋진 일이고 영광스럽다는 생각이다. 함께해서 감사했다"라고 감격에 젖었다.
오한무 역할에 대해선 "그 시대의 아버지상이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당시의 아버지이기에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살았던 거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그렇기에 애순이에 대한 애틋함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 같다. 가부장적이고 남아선호사상이던 때였기에, 만약 애순이가 아들이었다면 분명 한무의 태도는 또 달랐을 거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오한무도 가장으로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애순이가 딸이기 때문에 한 행동들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충분히 일말의 애틋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역할에 푹 빠져든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정해균은 "'폭싹 속았수다'가 결국 말하는 건 인간한테 극도의 선함도, 극도의 악함도 없다는 거라 본다. 한무도 부상길(최대훈 분)도 악인은 아니지 않았나. 우리는 완벽한 선인이 아니기에 주어진 상황, 조건들에 맞서 이겨내기 위해 살아간다. 결국 그 사람이 내릴 수 있던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 이런 테두리 안에서 보면 인간은 절대 악인도 선인도 없다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재회한 아이유에 대해선 찬사를 보냈다. 정해균은 "사실 '나의 아저씨' 때는 만나는 신이 없었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아이유는 정말 예술가의 가슴을 갖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노래도 그렇고, 연기도 원래 잘하던 사람처럼 잘하더라. 사람이 다 천재가 아니니 본인의 것을 만나야 그 능력이 발현되는 것이지 않나. 뭐든지 다 잘할 수 없고 타이밍도 잘 맞아야 한다고 본다. 근데 아이유는 꼭 이번 '폭싹 속았수다'라서 잘 된 게 아니라, 예술가의 가슴을 타고났기에 언젠가 당연히 발현될 일만 남았던 아티스트였다"라고 치켜세웠다.
폭발적인 해외 반응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정해균은 "예상컨대 우리 제작진조차도 외국에서 난리가 날 거라고는, 반응 면에서 이렇게나 대박이 날 거라는 생각 못했을 거다. 기획, 제작팀, 배우들까지 모든 사람 다 합쳐서도 말이다. 왜냐하면 가부장적 사회를 다루고 있기에 남미, 유럽, 아프리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과연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싶다. 이 열풍은 정말로 생각해 볼만한 문제(?)일 거 같다. 대체 뭘까, 고민해 봐야 한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 같은 경우엔 숨 막히는 긴장감과 액션이 있었는데, '폭싹 속았수다'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정말로 그냥 사람 사는 얘기였다. 이걸 해외 시청자분들이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꺼이꺼이' 울게 만든 지점, 이게 '폭싹 속았수다'가 과연 뭔가 있는 것이구나 싶고 다른 지점인 거 같다"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정해균은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지 않나. 사람이 스스로 삶을 저버릴 땐 다 이유가 있을 거다. 그렇지만 불행을 못 견뎌 스스로를 저버렸다는 건 분명 빛나던 순간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할 거다. 우리가 비록 그 아름다운 추억,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순 없지만 내 옆에 있는 가족, 그 시절을 상기시켜 다시 한번 빛나는 순간을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을 담은 게 '폭싹 속았수다'가 아닐까 싶고 그래서 특별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사람이 한 명 태어나면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폭싹 속았수다'는 딱 그 전형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아픈 순간들엔 같이 울어야 해소가 되는데, '폭싹 속았수다'가 함께 울어준다"라며 "배 살 때만 해도 세상 모든 걸 얻은 듯했던 애순이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폭싹 속았수다'가 전하고자 했던 건 결국 '살민(살면) 살아진다'는 것이었다. 그 힘이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사실 살아가면서 아픔보다 일상적인 순간이 더 많다는 걸 이 소소한 순간들이 쌓여 다시금 행복한 순간들을 안겨준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니 여러분도 '그래, 내가 겪고 있는 이 힘듦이 꼭 극단의 순간은 아닐 수 있다'라는 걸 한발 떨어져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힘든 일을 겪고 계신 분들이 '폭싹 속았수다'를 16시간 동안 보시면서 '원래 사는 게 저런 거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라며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또한 큰 성원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정해균은 "우리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유한 국가입니다"라며 "늘 가장 최고는 작품이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인데, 큰 사랑까지 주셨다는 거, 이게 너무 고맙다. 이 이상 고맙고 최고인 일은 없는 것 같다. '폭싹 속았수다'를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화답했다.
뿐만 아니라 정해균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촉구 시위 참석 행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정해균은 "정치적인 이야기는 빼고, 내게 소망과 꿈이 있다면 윤석열의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며 "손흥민 선수의 하이라이트와 한화이글스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싶다. 그런 일상이 오면 좋겠다. 나는 그 일상을 위해 싸운다"라고 외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정해균은 "당시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시위에 참석한 건 아니다. 저는 정치적 이념이 이렇고 저렇고 그런 걸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지도 않다. 시위 참석이 큰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가 뭐든 각자 자기의 선택을 존중한다. 시위 참석은 앞서 밝혔듯이 그냥 정말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저한테는 이게 상식과 비상식의 느낌으로 다가왔지, 정치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소셜테이너'(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로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해서도 정해균은 "제 본업이 배우라 말을 하면 파급력이 생겨서 그런 거지, 저는 일개 시민이다. 제가 무슨 투표권을 10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저도 똑같이 단 한 장 갖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배우 일을 너무 좋아한다. 근데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이야, 저도 다음 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정해균은 "각자의 주장들에 대해 서로가 좀 존중해 줘야 할 것 같다. 극단적으로 편을 가르는 분위기인데, 되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분법적으로 나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들려하는데 특히 일반 시민들에게 그런 잣대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존중이 필요하다. 다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엄마이고 자식이고 형이고 누나이고, 가족 구성원들이지 않나. 우리가 서로를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봐야 하는 게 먼저인 거 같다"라고 '혐오의 시대'에 대해 일갈했다.
끝으로 정해균은 "저는 앞으로도 하던 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임할 거다. 가끔 보면 천재들이 있는데 저는 아니라서, 열심히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는 거 같다"라고 초심을 되새기며 향후 활동에 기대감을 높였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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