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시장에서 아이돌 그룹이 이른바 '마의 7년'을 가뿐히 넘기고 데뷔 10주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면서도 이례적인 기념일이다.
그 주인공이 K팝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전 세계 음악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걸 그룹 블랙핑크(BLACKPINK)라면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멤버들은 물론, 소속사와 전 세계 블링크(팬덤명)가 하나가 되어 대규모 오프라인 페스티벌이나 대대적인 자축 행사를 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아니 응당 그래야만 하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하지만 8월 8일, 영광스러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블랙핑크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행보는 아쉬움을 넘어 허탈감마저 자아내고 있다.
블랙핑크는 '데뷔 10주년'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이 무색하게 당장 며칠 전까지도 사전 이벤트나 굵직한 행사 공지가 전무했다. 고작 공개된 것이라고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한 '헤리티지 컬렉션' MD 상품 발매 소식이 전부였다. 굿즈 판매 외에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교감할 수 있는 10주년 특화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팬들의 아쉬움과 불만은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차곡차곡 쌓여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지난 2월, 새 미니앨범 '데드라인(DEADLINE)'을 발매했을 당시에도 별도의 음악 방송 활동이나 자체 콘텐츠, 프로모션 없이 기나긴 침묵 속에 지나갔기 때문이다. 아무리 블랙핑크가 해외 투어와 앰버서더 일정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월드 스타라 할지라도, 팬들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데뷔 10주년이라는 해에 보여준 이러한 소극적인 방치형 행보는 팬들에게 짙은 서운함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글로벌 팬들의 볼멘소리와 소속사를 향한 거센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모양새다. 10주년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6일,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블링크와 함께 쌓아온 10년의 시간을 기념하고자 특별한 만남을 준비했다. 블랙핑크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나누고 싶은 블링크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라며 오프라인 행사 개최를 기습 공지했다.
하지만 이 공지는 뿔난 팬심을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특별한 만남'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민망할 정도로 행사 디테일이 턱없이 부족하고 황당했기 때문이다. 공지에 따르면, 행사 일시는 10주년 당일인 8월 8일 토요일 오후, 장소는 '서울 모처'로만 명시되어 있다. 행사 이틀 전에 공지를 띄우면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조차 명확히 안내하지 못한 것이다.
글로벌 팬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40명'이라는 제한된 참여 인원과 반쪽짜리 참석 명단이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의 팬덤을 보유한 톱 걸 그룹의 10주년 행사에 초대받는 인원이 고작 40명이라는 점도 코미디지만, 팬들을 진짜 분노케 한 건 멤버 전원이 모이는 완전체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속사는 공지를 통해 '스케줄상 가능한 일부 멤버만 참석한다'라고 알렸다.

응모 자격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해당 행사의 응모 자격은 지난달 31일까지 위버스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으로만 제한됐다. 팬덤 사이에서는 최근 1~2년 동안 블랙핑크 멤버들의 위버스 소통이 사실상 멈춰있었던 상황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알람을 기다리며 유료 멤버십을 꾸준히 유지해 온 팬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냐는 쓴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소통 없는 플랫폼의 멤버십 가입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현재 블랙핑크 멤버들의 동선과 근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멤버 전원이 한국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팬들 사이에서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데뷔 10주년 당일 행사에 불참하는 멤버가 발생한다는 것은, 애초에 사전에 멤버들과 해당 스케줄에 대한 교감이나 일정 조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명백한 방증이다. 이는 사실상 거세지는 팬들의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소속사가 뒤늦게 억지로 급조한 행사라는 합리적인 의심에 쐐기를 박는다.
진정한 소통에 대한 고민이나 세심한 기획력은 부재한 채, 비난 여론 피하기에 급급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로 일관한 소속사의 얄팍한 기획력에 블랙핑크의 찬란해야 할 10주년이 멍들고 있다.
과연 데뷔 10주년 당일인 8월 8일에 전 세계 블링크들의 뼈아픈 실망감을 단숨에 달랠 수 있는 역대급 떡밥이 깜짝 공개될 수 있을지, 아니면 급조된 티가 역력한 이 40명 규모의 반쪽짜리 행사가 씁쓸함만을 남긴 채 끝날지 대중과 가요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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