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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가 '가요톱텐' 골든컵 수상을 못했던 이유[문바세]

  • 윤상근이덕행 기자
  • 2022-09-05
[창간기획] 아이돌이 바꾼 대중가요

문화 콘텐츠가 지닌 파급력과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로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한국 사회의 부의 양극화를 꼬집은 영화 속 반지하는 저소득층 주거 환경을 상징하는 공간적 배경이 됐다. 정부는 당시 '기생충' 흥행을 계기로 주거 복지를 위한 반지하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계획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침수 피해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현실 속 반지하는 더 참혹하고 참담했다.

올해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영우 같은 능력을 지닌 자폐인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한계점도 드러냈다.

콘텐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은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스타뉴스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세상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거나 받아들인 콘텐츠에 대해 짚어보고,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사회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찾아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본다.

우리는 현재 아이돌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 음악은 현재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소방차를 시작으로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과 H.O.T를 기점으로 아이돌은, 아이돌을 둘러싼 산업은 점차 확장됐다. 이렇게 아이돌 론칭을 위한 국내 시스템이 구축되고 나서 2000년대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2010년대 엑소 방탄소년단이 탄생하면서 아이돌의 글로벌 장악도 본격화됐고, 이제 4세대로 불리고 있는 아이돌의 현재 모습은 K팝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국내외를 아우르는 거대한 구조로 자리잡았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아이돌은 계속 진화돼왔다. 누가 더 완벽하게 팀을 구축하고 매력을 극대화하는지에 대한 무한 경쟁이 이어졌고, 더 일찍, 더 오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어린 나이에, 더 많은 실력을 갖춰 활동을 시작해야 했다.

장및빛 미래와 심각한 우려가 공존했다. 아이돌 산업이 겉으로는 끝을 모르고 커지고 있는 동안 도태되는 아이돌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었고, 경쟁만을 외치는 대한민국을 향한 쓴소리도 많았다. 유독 충성도가 강한 팬덤 성향 탓에 "K팝 아이돌은 범죄 사각지대"라는 주위의 오명도 피할 수 없었다.



◆ 아이돌, 차트를 점령하기 시작하다



음악방송은 현재와는 다르게 과거 대한민국 음악 차트의 중심이었고 척도였다. 1980년대~1990년대만 하더라도 체계화된 차트가 전무하던 시절이었고 앨범 판매량 집계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집계 축소 발표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길보드'라는 이름으로 새 앨범에 대한 반응과 입소문을 알아내야 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1981년부터 1998년까지 방송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 차트 프로그램, 정확히는 '대중음악 순위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KBS '가요톱텐'에서의 순위표와 프로그램 폐지 이후 재정비를 거쳐 론칭된 '뮤직뱅크'에서의 순위표에서 한국 대중음악 흐름의 변화를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돌 노래가 '가요톱텐'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위치했던 때는 1992년 7월 서태지와 아이들 '난 알아요'였다. (소방차의 경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음에도 결국 '가요톱텐' 1위를 하지 못한 채 1996년 사실상의 잠정 활동 중단을 알렸다.) '난 알아요'가 1위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가요톱텐'에서는 소방차 정도를 제외하고 아이돌 노래는 물론 팀, 그룹 가수의 노래가 톱10 자리에 끼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신승훈이라는 강력한 경쟁자(팬덤이 아닌 대중적 인기를 얻은)를 누르고 '가요톱텐' 1위를 차지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5주 연속 1위로 골든컵을 따내기에 이르며 아이돌의 '가요톱텐' 장악의 서막을 알렸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해 10월 후속곡 '환상속의 그대'로 다시 '가요톱텐' 1위 자리를 꿰찼고 그해 11월 다시 골든컵의 주인공이 된다. 단일 앨범으로 같은 해 골든컵 2회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과였다.

▶1992년 11월 18일 '가요톱텐' 1위~10위

1위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속의 그대'
2위 넥스트 '도시인'
3위 이덕진 '내가 아는 한가지'
4위 이현우 '꿈'
5위 김종서 '대답없는 너'
6위 강수지 '내 마음 알겠니'
7위 신성우 '내일을 향해'
8위 김민종 '또다른 만남을 위해'
9위 015B '아주 오래된 연인들'
10위 한서경 '낭랑 18세'

서태지와 아이들의 센세이션 이후 점차 '가요톱텐' 순위표에서는 非솔로 가수들의 비중이 늘어갔지만 아직까진 미미했다. 015B 노이즈 잼 철이와 미애에 이어 듀스가 서태지와 아이들과 경쟁 구도를 이루기도 했지만 이 역시 반짝했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3년에도 1위를 차지했지만 골든컵에는 실패했었다. 김건모 김원준 김민종 등 강력했던 솔로 경쟁자들도 대권을 노리기 위해 치열하게 존재감 싸움을 벌였다. 여기에 룰라 투투 마로니에 등 혼성그룹 인기 판도와 이덕진 신성우를 필두로 김종서 부활 이승철 강산에 등 록 기반 가수들의 경쟁력도 어마어마했으며 태진아 김수희 양수경 등 중견 및 성인가요 히트곡들도 톱10 안에 꽤 많이 포진하던 시기였다.

1990년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는 점차 댄스 기반 곡들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가요톱텐' 순위표 변화에 일조했다. 박진영 DJ DOC 룰라 박미경 솔리드 R.ef 터보 등이 쏟아져나온 가운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3번째 골든컵도 탄생됐다. 그리고 1997년 H.O.T가 '캔디'로 데뷔 첫 '가요톱텐' 1위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아이돌 시대를 열었다.



▶1997년 1월 8일 '가요톱텐' 1위~10위

1위 H.O.T. '캔디'
2위 쿨 '운명'
3위 김정민 '애인'
4위 주주클럽 '열여섯 스물'
5위 터보 '어느 째즈바'
6위 이승철 '오늘도 난'
7위 노이즈 '성형미인'
8위 김종환 '존재의 이유'
9위 영턱스클럽 '못난이 컴플렉스'
10위 신승훈 '운명'

더 놀라운 사실은, H.O.T.는 '캔디'로 2주밖에 1위 자리에 있지 못했고 심지어 '가요톱텐'에서 골든컵을 차지하지 못했다.('가요톱텐'은 1998년 2월 11일을 끝으로 종영했다.) 대한민국에 아이돌 열풍을 일으켰던 H.O.T.가 '가요톱텐' 골든컵을 가져오지 못한데는 당시 대중음악 시장이 본격적으로 팬덤 싸움에 돌입했다는 점도 꼽을 수 있겠다. 자연스럽게 히트곡들의 장르가 낮은 연령대의 팬덤을 공략하는 데 집중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당시 순위표만 보더라도 당연하게 이뤄냈을 거라 생각했던 H.O.T.의 골든컵 수상 실패에는 생각보다 강력했던 비아이돌 경쟁자들이 즐비했었고, 이는 H.O.T.가 음악방송을 장악하기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가요톱텐' 종영 이후 '뮤직뱅크'로 전환되면서 대중음악 차트는 일대의 변화를 맞이했다. CD가 음원으로 대체되면서 앨범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고 음원 판매(이후 스트리밍까지 포함) 집계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이어졌고, 한동안 앨범과 음원 집계를 분리해 따로 차트로 나눴던 시기가 잠시 존재했다 결국 통합(이마저도 비중이 음원에 쏠리는)되는 흐름을 이어갔다. (최근의 앨범 판매량 증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앨범 차트에서의 강한 충성도의 아이돌 팬덤이 음악 소비 목적이 아닌 굿즈의 역할로 소비하는 경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음악방송 순위제 폐지 이슈, 1위표 공정성 논란 등 음악방송을 둘러싼 다양한 논제도 튀어나오면서 과거 '가요톱텐'이 가지고 있었던, 대중음악 공인 순위 프로그램으로서의 명맥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가요톱텐' 골든컵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H.O.T.는 1997년 MBC '가요제전' 대상, SBS '가요대전' 대상, 골든디스크 음반 대상, 서울가요대상 대상에 이어 1998년에는 지상파 3사 가요시상식 대상을 차지하며 가요계를 평정했다.

2022년 2월 25일 개편된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 점수 60% + 방송횟수 점수 20% + 시청자 선호도 점수 10% + 음반 판매 점수 5% + 소셜미디어 점수 5%를 더해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디지털 음원 점수는 이전보다 비중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높고, 유튜브 틱톡 등이 반영된 소셜미디어 점수가 신설됐으며 방송횟수 점수에도 유튜브 등 소셜 플랫폼을 통한 노출이 포함된다.

참고로 '가요톱텐'은 지역 연령별 2800명을 KBS 경영정보센터에 등록된 명단 중에서 선정해 엽서로 받은 투표 80%와 KBS 가요담당 PD가 추천한 10곡을 20%로 반영해 합산했다. 이후 이 방식은 1997년 하이텔 채널 및 ARS 집계 방식 등으로 한 차례 바뀌었다.


▶2022년 8월 26일 '뮤직뱅크' K-차트 1위~10위

1위 더보이즈 'Whisper'
2위 뉴진스 'Attention'
3위 소녀시대 'FOREVER 1'
4위 뉴진스 'Hype boy'
5위 최예나 'SMARTPHONE'
6위 아이브 'LOVE DIVE'
7위 ITZY 'SNEAKERS'
8위 나연 'POP!'
9위 에스파 '도깨비불'(Illusion)
10위 (여자)아이들 'TOMBOY'




◆BTS와 임영웅, K뮤직 판도 바꾼 전환점




최근 가요계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방탄소년단과 임영웅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주요 음악방송을 아이돌이 장악한 지도 시간이 오래됐지만 방탄소년단은 그중에서도 엄청난 기록을 갖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통산 음악방송 161관왕, 트리플크라운 25회(6월30일 기준)는 물론 국내 주요 연말 음악 시상식에서 2016년 이후 69차례 대상에 해당하는 최고 권위 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를 넘어서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주요 차트에서도 K팝 또는 한국 아티스트 역대 최다,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임영웅 역시 '미스터트롯' 진 등극 이후 수많은 아이돌 경쟁자들과의 대결에서 강력한 팬덤을 앞세워 무려 11차례나 음악방송 정상에 등극한 것을 비롯해 주요 음악 시상식과 국내 주요 권위 있는 셀럽 영향력과 관련한 시상식에서 존재감을 펼치며 톱 트로트 가수이자 새로운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013년 6월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2017년 'LOVE YOURSELF'를 통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방탄소년단이 세운 여러 기록은 나열하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방탄소년단이 창출한 경제적 효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하기 전인 2019년 월드 스타디움 투어를 개최한 방탄소년단은 평창동계올림픽 못지않은 경제 효과를 끌어냈다.

2019년 10월 방탄소년단은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세 차례 파이널 공연을 열었다. 이를 직접 관람한 외국인 방문객 2만 3000여 명과 그 일행을 포함해 10만여 명이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 BTS 콘서트로 인한 홍보 효과로 외국인 8만 7천여 명이 한국을 다녀간 것으로 분석됐다. 총 18만 명의 외국인이 BTS 서울 콘서트로 인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평창올림픽 외국인 방문객 약 28만여 명과 비교해 세 번의 콘서트로 67%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며 1조원에 육박한다.

또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 콘서트를 정상 개최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6779억원에서 최대 1조2207억원으로 분석했다. 멤버들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인 셈이다.

정치권 역시 방탄소년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화두는 병역 문제다. 방탄소년단 맏형 진은 1992년생으로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됐다. 그러나 올해 안에는 무조건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방탄소년단의 군면제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이는 대중문화인의 병역 면제 혹은 예술요원 편입 제도라는 새로운 담론으로 확장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방탄소년단의 대체복무제도 적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 역시 가요계의 변화를 이끈 인물이다.

2019년 '내일은 미스트롯'으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은 임영웅의 등장으로 정점을 찍었다. 우승 이후 다수의 광고에 출연한 임영웅은 실제 매출 상승효과를 견인하며 기업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카드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떠오른 개념이 바로 '액티브 시니어'다. 임영웅의 팬덤은 대부분은 구매력을 갖춘 중장년층이다. 어린 세대보다 경제력과 시간을 갖춘 기성세대는 '액티브 시니어' 혹은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로 불리며 가요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임영웅은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도 했다. 임영웅에 새롭게 빠진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가 연예인에 열광하고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젊은 세대는 그런 기성 세대의 모습을 보며 거리감을 좁혀간 것이다.

또한 가족 내에서도 자녀들이 스트리밍, 티켓팅 등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를 위해 음원 스트리밍 방법을 알려주고 대신 티켓팅에 도전하며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이덕행 기자 dukhaeng1@mtstarnews.com
윤상근이덕행 기자 | sgyoon@dukhaeng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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